코끝으로 봄 향기가 솔솔 풍겨오고 마음이 설레기 시작하는 3월도 벌써 중반을 넘었다. 3월은 왠지 따뜻한 바람이 우리의 마음을 녹이며 봄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새로이 시작되는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들뜨게 만들고 설레게 만드는 봄이 시작되는 3월에도 한겨울 얼음처럼 가슴이 꽁꽁 얼어 좀처럼 녹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천안함 사건 유족이 그들이다.

2010년 3월 26일 일어난 천안함 사건으로 우리의 해군장병 46명과 수색작업을 벌이던 잠수요원 한준호 준위가 목숨을 잃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롭게 근무하며 다가올 휴가와 제대, 일상의 작은 행복을 생각하던 그들에게 닥친 사건으로 한순간에 수많은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감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들은 웃으면서 봄을 느끼고 기지개를 펴고, 새로운 것들을 시작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날 사랑하는 아들, 아버지, 동생, 형을 잃은 가족들은 따뜻해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3월이 더욱 춥고 가슴이 시릴지도 모른다.

요즘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한다. 많은 것이 손 안에서 버튼 하나로 뚝딱 뚝딱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서 그런지 쉽게 싫증을 내고 쉽게 잊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는다.

천안함 사건도 벌써 4주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국민들 모두가 내 가족을 잃은 것 같은 마음으로 슬퍼하고 아파했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주말 저녁 뉴스에선 화창한 날씨를 맞아 가족단위 나들이객의 즐겁고 행복한 표정과 천안함 사건 4주기를 앞두고 유족들이 대전현충원을 찾아 묘역을 단장하고 제를 올리는 모습이 나왔다. 대비되는 모습에 천안함 유족의 모습이 더욱 외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꿈과 열정이 넘치는 20대의 젊은 용사들, 군 제대 후에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못 다한 학업을 마치고, 새로운 무언가를 할 생각으로 희망에 부풀어 있었을 젊은 용사 46명이 차가운 바다 한 가운데서 목숨을 잃었다.

미처 자신들의 꿈을 펼치기 전에 희생된 그들을 잊지 말고 내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그들을 추모하며 오늘 이렇게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음에 다시 한 번 감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