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행사 담당자로서 올해만큼 호국보훈의 달 준비에 있어 어려움이 많았던 해는 없었던 것 같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파로, 기획했던 축제성 행사를 전면 취소해야 했고 유관기관 업무 협의에 있어서도 많은 난항을 겪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올해 처음으로 추진한 기업체와의 연계를 통한 홍보 추진 과정에서 확인한 기업체 직원들의 무지였다.

호국보훈의 달이 6월인지도, 심지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기업체 직원들이 많아 일일이 설명하는 과정에서 지금 내가 뭐하는 건가 싶어 맥이 풀리는 경우가 빈번했고 이것이 몇몇 기업체 직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현실에 좌절했다.

나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구호를 외치는 이들에게, 잊어선 안 되는 것이 세월호 교훈만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은 나라를 지킨다는 뜻이고 “보훈”은 공훈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6.25전쟁 발발일과 24절기 중 망종인 현충일이 포함된 6월은 국가를 위해 희생 공헌하신 분들께 감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의 애국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별히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된 것이다.

하지만 현충일 당일 옛 전우와 유족, 정부 기념행사 참여 인사를 제외하고는 현충탑 주변은 썰렁했고 많은 사람들은 동해안으로 가는 차량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었다. 현충일을 단순히 휴무일로 생각하고 호국보훈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안전을 잊은 세월호 선장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학자 카(E.H. Carr)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로서 그것은 '과거의 사건들과 서서히 등장하고 있는 미래의 목적들 사이의 대화'라고 보았다. 끊임없이 현재화되는 내일을 살아갈 통찰력과 힘을 다시 과거가 되어 가는 어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이고 이 대화가 끊어지면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말씀하신 내일이 없는 민족이 되는 것이다.

수많은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에서 후회를 통해 안전의 중요성을 배웠다면 과거의 국난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쓰신 분들로부터는 호국보훈 의식을 배워야 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지고 더 나은 세상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다.

호국은 보훈을 망각하면 잃게 되는 것이고 잃고 나면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점에서 안전과 닮았다. 그리고 다시 찾기 요원하다는 점에서 안전보다 더욱 어렵고 중요하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올해 호국보훈의 달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잠시나마 가짐으로써 작은 보훈이 실천되었으면 한다. 산에 나무가 없는 것이 사소해 보이지만 그 나무가 모여 산사태를 막는 힘이 나온다.

호국보훈의 달 계기 행사에도 참가해보자. 경기북부지역의 안보재난장비전시회와 호국보훈문화제에 참여하는 의정부보훈지청은 ‘나라사랑큰나무’ 쉬링크아트 체험, 나라사랑호국보훈안보영상관 운영 등 일반시민 체험행사를 전개할 예정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통해 잃어선 안 되는 것들을 생각하고 지키기 위해 실천으로 옮기는 것에서 더 큰 대한민국이 시작될 수 있다. 이게 나라사랑의 정의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