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미는 청소, 보람이는 쓰레기 정리, 보현은 식사 전후 정리, 보은이는 아빠 안마, 보혜는 엄마 안마, 보영이는 장난감 정리.

8남매의 집 벽면에 붙어있는 할 일 목록이다.

정신지체1급인 맏이 보성이와 이제 4살 먹은 막내 보배를 제외하고 18세 보미부터 5살 보영이 까지 모두 해야 할 일이 있다.

다른 집 아이들이 숙제하기, 학원가기, 1등하기를 벽면에 써놓고 자신을 위한 일만 생각하지만 8남매는 목록에서 그런 내용은 볼 수 없다.

대신 아빠 안마 엄마 안마와 같은 부모님을 위한 할 일과 청소, 쓰레기, 식사 전후 정리와 같은 집안일이 있다. 

작년 200이 넘는 고혈압으로 대동맥이 파열되어 한 달여간 중환자실 신세까지 진 엄마는 조금만 피곤해도 몸을 가누기조차 힘이든다.

회사 택시기사인 아빠는 밤샘 운전을 하면서 집안일과 아이들 등하교까지 시켜야한다.

그래도 엄마와 아빠는 집안일도 나서서 도와주고 팔다리와 어깨도 주물러주는 8남매가 있어 매일 매일이 행복하다.

형제간의 우애도 좋아 서로 챙겨주고 아껴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

맏이 보성이가 정신지체1급으로 움직임도 부자연스럽고 말도 못하지만 동생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장먼저 누워있는 보성이 곁에 앉아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중학교 3학년 보람이가 초등학교 3학년 보은이를 데릴러가고, 초등학교 6학년 보현이가 울고 있는 5살 보영이를 업어 달래준다.

초등학교 1학년 보혜가 4살 막내 보배 밥을 떠먹여주고, 밥을 먹고 배가 불러 기분이 좋은 보배의 엉덩이 댄스와 귀여운 애교로 온 식구가 꺄르르 웃는다.

합기도를 하는 보미와 검도를 하는 보현이의 수상소식에 온 식구가 박수를 치며 기뻐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8남매의 일상은 이렇다.

그러나 아이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곳, 부실하고 형편없지만 10식구의 행복의 터전인 이 월세집이 무허가 가건물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전혀 모른다.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또 너무 추워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꺼내긴 하지만 이 월세집이 등기부등본 상에는 집으로 표기조차 되지 않은, 토지 면적 고작 24제곱미터인 곳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다.

오늘도 8남매는 벽에 붙은 할 일 목록대로 부모를 챙기고 서로를 돌보며 웃음이 넘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파주사랑 아이사랑’ 캠페인을 진행 중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8남매의 웃음을 지켜줄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아이사랑 위원회(솔루션 위원회)’를 모집한다.

아이들을 위해 재능과 시간을 나누어줄 파주 시민들을 기다린다.

참여문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로 하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