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속되는 불황속에 중소기업의 부품이나 공구를 대상으로 하는 절도범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절도범을 막기 위해서는 경비업체의 보안서비스가 필수다. 그러나 이런 공식은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되기 어렵다.

경비업법에 따르면 보안시스템이 가동되고 25분 내에 경비업체 직원이 도착하면 법적으로 보상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또 경비업체 직원이 늦게 도착했더라도 도난 품이 실내에 있지 않고 실외에 있었다면 야적물로 취급, 보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공구와 수리할 차량을 실외에 둘 수 밖에 없는 자동차공업사와 자동차중고매매상사 등의 중소영세업체의 절도는 누가 책임지는가다.

대부분 이런 문제는 경비업체가 '책임없음'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수차례 동일한 절도를 당해 항의를 하더라도 경비업체는 25분내 출동과 야적보상제외 조항을 들어 오히려 피해를 알려온 고객이 망신만 당할 수 있다.

2개월동안 6차례 동일 절도, 경비업체 '있으나 마나'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가납리에서 'K'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상철(45)씨는 지난 9월 부터 11월까지 6차례 도둑을 맞았다.

절도범이 훔쳐 간 것은 고가의 공구세트다. 시가로 환산하면 1천여만원의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

신씨가 6차례의 절도이후 더 황당해 하는 것은 자신이 믿고 공장 경비를 맡긴 국내 굴지 외국계 경비업체 캡스사의 태도다.

지난 12월 2일 까지 2개월간 약정료를 연체했다는 이유를 들어 직원이 계약해지 내용을 담은 일방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평소 도둑이 들어도 관심 없던 이 업체 직원은 문자를 보낸 뒤 2시간이 지난 오후 1시 쯤 신씨의 공업사로 찾아와 보안 시스템을 철거해 갔다. 그리고 2일 뒤인 12월 4일 발송일이 12월 2일로 된 계약해지를 알리는 내용증명이 신씨 앞으로 도착했다.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신상철씨)

신씨는 "도둑이 처음 들었을 때 경비업체에 신고를 했고 야적이라 보상이 안된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며 "규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달고 신신당부 했다. 하지만 도둑이 6번이나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약당시 야적조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고 일이 터진 후에 이 조항을 들어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발뺌하고 있다"며 "공업사나 공장을 운영하는 나 같은 사람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캡스사를 비난했다.

이와 관련 캡스사 관계자는 "영업사원이 보낸 문자는 2개월동안 월 약정료가 연체되면 해약 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지 일방적인 해지통보는 아니다"며 "계속 연락이 되질 않았고 공장도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씨는 "경비업체를 믿을 수 없어 진도개를 키우고 있다"며 "경비업체보다 개가 더 잘 지키고 개가 짖으니까 도둑도 들지 않는다. 개보다 못지키는 경비업체가 매월 약정료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해지문자에 고객 '울화통'

신씨는 캡스의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에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고객을 우선으로 한다는 광고와는 다르다"며 "사고가 나면 규정만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씨는 "도둑이 6차례나 들었고 화가나서 2개월간 약정료를 내지 않았다"며 "업체는 아무런 절차없이 '서비스를 중지한다'는 문자를 보냈고 무책임한 태도에 더 화가 나서 장비를 철거해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약이 해지됐다는데 누가 보안서비스를 계속 받고 싶어하겠냐"고 하소연했다. 신씨는 "이런 일방적인 통보가 서류던 문자던 소비자는 기분 나쁘고 불쾌하다"며 "대기업이라는 곳이 이렇게 소비자를 관리하고 있는지 어이없다"고 지적했다.

(캡스 의정부지사의 담당자가 보낸 일방적인 계약해지 문자메시지)

하지만 캡스 관계자 "신씨가 장비를 철거하라고 승낙해 철거했다"며 "사전에 양해도 구했고 현장에서 지켜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업체가 보내온 내용증명에는 계약해지일을 12월 4일로 명시하고 있다. 즉 12월 4일이 돼야 모든 서비스가 중단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에도 불구 이 업체는 12월 2일 모든 장비를 철거했다.

신씨는 "문자메시자가 정상적인 계약해지 통보가 아니라면서 2일에 장비를 왜 철거했냐"며 "차라리 내용증명을 보낸 뒤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캡스는 "신씨에게 계약해지를 알리는 전화를 수차례 했지만 연락이 되질 않았다"며 "문자메시지를 받고서 전화가 왔다"고 설명했다.

업체의 이런 주장에 대한 신씨는 "이게 밥줄인데 공업사를 왜 닫냐, 공업사는 계속 운영했고, 고객에게 정비차량을 전달하기 위해 가끔 공장을 비운 적은 있다. 전화도 오질 않았고 야외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받지 못할때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자메시지로 며칠까지 입금해달라고 보낸적 있냐"며 "고객이 업체의 사정에 맞춰 일을 할 수 는 없는 것 아니냐"고 무성의한 이 업체의 고객서비스를 비판했다.
 
 
경비업체, 야적물은 보상에서 제외
 
신씨는 또 '야적보상제외'조항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올초 영업사원이 방문해 본인도 모르게 직원과 영업사원이 제3자명의로 계약을 체결 했고 보안시스템을 설치했다"며 "공장의 경우 입구에 철문이 없고 쇠사슬로 출입을 차단하고 있는데다가 자동차공업사의 업무특성상 모든 작업이 건물외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아무런 주의나 경고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당초 야적지라 보상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지적하지 않으면서 정문과 후문 입구쪽에 보안시스템을 설치한 것은 단순히 실적만 올리면 된다는 이 업체의 비양심적 영업태도"라며 "이런 취약한 보안서비스를 해주고도 일이 터지면 책임만 회피하려고 한다. 애초에 설치가 안된다고 했으면 이런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체관계자는 "계약당시 야적보상제외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고객도 이해했다"며 "약관에 사인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신씨와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취재하자 "미안하다. 다시 달아주겠다" 회유

신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본사 고객센타와 의정부지사에 강하게 항의했다. 소송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대기업의 횡포를 바로잡겠다고 전열을 불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캡스는 신씨가 언론사에 제보하고 업체에 강하게 항의하자 돌연 입장을 바꿔 신씨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양주시 광적에서 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상철(45)씨는 경비업체가 재구실을 못하자 개를 키우며 만약에 있을 도난에 대비하고 있다)

신씨는 "12일에 지사 담당 직원이 찾아와 없던 일로 해달라고 사정하고 갔다. 새로 시스템을 다시 달아 주겠다는 등 신경을 써주는 모습도 보였다"며 "15일에는 다시 입장이 바뀌어 체납된 2개월 약정료를 내야 경보시스템을 달 수 있다면서 지사장하고 통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담당직원에게 알렸지만 지사장의 전화도 아무런 대응도 없었다"고 캡스의 취약한 서비스를 꼬집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업종에 있거나 비슷한 경우를 당한 업자를 모아 이 업체의 불매 운동에 나설계획"이라며 "경비업체는 보안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거나 경비가 어려운 업체, 야적물이 많은 기업 등에 대해서는 보상이 안된다는 내용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 아니면 야적서비스 계약을 별도로 해야 한다. 우선 계약하고 보자는 식의 영업은 경비업체의 신뢰도만 떨어뜨리고 중소기업만 죽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캡스측은 "무상으로 다시 달아 준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며 "고객이 화를 너무 내 전화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신씨는 또 "경찰이 도둑을 막지 못해 사설경비업체가 있는 것"이라며 "정부도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경비업체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조만간 본사로 찾아가 진상을 밝히고 3자대면을 할 것"이라며 "본사에서도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계약서와 약관의 문제점, 무단침입해 장비를 철거한 부분에 대해 소비자보호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시민단체, 정부 등에 모두 알리고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