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들을 위해 제게 남은 모든 것을 주고 떠나고 싶어요. 혼자 지내고 있는 이 아파트의 보증금이 세상 떠날 때 아픈아이들의 치료비로 쓰여졌으면 해요. 어린이재단에서 그 일을 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지난 7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본부장 김유성)는 인자한 목소리의 할머니로부터 유산기부를 희망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양주에 살고계신 손혜연 할머니이였고 어린이재단에서는 바로 할머니댁으로 찾아뵈었다.

꼭꼭 닫혀있는 문들로 빽빽한 아파트 복도에 유일하게 문이 활짝 열려있는 집이 보였다. 우리가 집을 못 찾을까봐 문을 열어두셨냐고 여쭈니 찾아오는 이가 아무도 없어 외로운 마음에 늘 열어둔다고 하셨다.

집안 곳곳에는 손수 그리신 한국화가 걸려있었는데 실력이 수준급으로 보여졌다. 몇 해전만해도 그림을 그리러 멀리까지 다녔는데 이젠 기력이 없어 그림을 그리기도 밖에 나가기도 힘들다고 하셨다.

갈수록 기력이 떨어지자 할머니는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티비에서 아픈 아이의 모습을 보았고 그 아이가 며칠 동안 계속 생각이 났다고 한다.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고민 하던 중 세상을 떠나도 내가 그린 이 그림들은 남겨지는 것처럼, 아이들의 미래도 그려주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유산을 기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고 한다.

어린이재단에서는 유산 기부는 쉽지 않은 결정이므로 신중히 고민하실 시간을 갖길 바라며, 유족들과의 충분한 상의도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집을 나왔고 이후 종종 연락과 방문을 드리며 지내왔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9월 할머니께서는 기부 결정에 변함이 없다시며, 움직일 수 있는 기력이 남아있을 때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짓고 싶다고 하였다.

9월 19일 어린이재단에 재능기부를 해주고 있는 의정종합법률사무소(오재길 변호사)에서 유산기부 절차가 진행되었다. 할머니의 아파트 보증금이 사후에 어린이재단으로 전달되어 전액 모두 아픈 아이들을 위해 쓰여 지게 되는 내용이다. 

모든 절차를 마친 손혜연 할머니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전부 내어주고도 더 큰 행복을 얻었다는 할머니는 다른 분들도 많이 참여하셔서 이런 기쁨을 느끼길 희망한다고 하였다. 유산기부를 희망하는 분들께서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으로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