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택시기사 체험이 박계동 국회사무처장의 택시운전과 닮은 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지사는 지난 1월 27일과 2월 15일 수원과 의정부에서 각각 12시간의 택시운전을 통해 민심을 경청하고 택시업계의 애로사항을 직접 체험했다. 

앞으로 성남 등 도내 주요도시를 돌며 택시운전기사 체험을 통해 서민에게 한발 더 다가갈 예정이다.

하지만 김 지사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 정치권 일부에서는 지난 2000년 박계동 국회사무처장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이은 고배를 마신 뒤 강서구 화곡동 금구상운에서 생계를 위해 직접 택시운전을 했던 시절과 비교하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택시란 매개체를 통해 서민과 소통한다는 발상은 김 지사와 박 사무처장이 동일하지만 생활고를 위해 직접 핸들을 잡은 박 사무처장과 김 지사는 어딘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에서는 정치적 계산이나 포부가 깔린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곱지않은 시선이다.

박계동 국회사무처장은 지난 14대 총선에 당선돼 노태우 4천억 비자금 사건을 폭로하는 등 주목받는 정치행보로 제1회 '대한민국 국민상'수상과 함께 기자협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뽑힐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그는 15·16대 총선에서 연이은 고배를 마시고 정치일선에 잠시 밀려나 생활고를 걱정해야 할 형편까지 내몰렸다.

당시 측근 중 박 사무처장의 보좌관을 지냈던 이봉희씨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먼저 택시운전기사를 했는데 미국에서 돌아와 야인으로 지내던 박 사무처장에게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 자리를 알선해 준게 인연이 돼 2000년 6월 부터 2001년 초반까지 택시운전을 했다.

박 전 의원이 택시를 몰자 초기에는 매스컴에서는 '정치쇼'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꾸준히 일을 계속하자 차츰 많은 언론이 박 사무처장의 택시운전을 긍정적으로 조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02년 4월 불교방송 라디오 '박계동의 아침저널'을 진행하면서 업계를 떠난다.

박 사무처장은 택시업계를 떠난 후 영업용 택시운전기사의 정치적 대변인 역할을 자처해 왔다. 

이런 이색적인 경험 때문에 박 사무처장에게는 택시기사출신 정치인, 서민 정치인 이란 수식어와 함께 많은 정치적 지지자도 따라 붙었다.

이후 박 사무처장은 유여곡절 끝에 17대 총선에서 다시 당선 됐다. 당시 국회에 입성한 보좌진 중에는 택시운전을 함께한 이봉희씨 이외에 김 지사 측근 5인방 중 한명으로 분류되는 최우영 경기도정책특보도 눈에 띤다.

이런 관계 때문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김 지사의 택시운전기사 체험이 최우영 특보의 아이디어라는 풍문도 있다.

또 정치권의 다른 시각에선 박계동 사무처장이 김 지사에게 택시운전을 추천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평소 둘은 운동권 시절 부터 알던 사이로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에 젊음을 받쳤다는 공통점 이외에 직설적이고 목표의식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정치 스타일도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사무처장이 김 지사에게 택시를 몰면서 민심과 정치적인 식견을 넓혔고 서민의 생활고를 체험했다며 도지사로서 역할을 더 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어려울 수록 택시를 타고 민심에 귀를 귀울이라고 귓뜸해 줘, 이에 공감한 김 지사가 실천에 옮겼다는 풍문이다.

이와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내막이야 어떻든 도지사가 택시운전 자격증을 따서 직접 택시를 12시간 이상 운전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며 "그만큼 서민경제를 걱정하는 지사의 진정성과 순수함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치권 일부에서는 김 지사의 직설적인 행동과 말 때문에 택시기사 체험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류도 있는 것 같다"며 "다른 광역시·도지사는 엄두 내지 못할 일을 김 지사는 실천하고 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