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시정부수립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 달 이상 전국의 지자체에 국기계양을 강제하고 있어 국기관리 소홀에 대한 주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

26일 행전안전부는 지난달 초 전국 200여개 지자체에 ‘임시정부수립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국기계양과 관련된 지침을 내리고 지난 2월 27일 부터 오는 4월 13일까지 46일간 태극기를 계양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200여개 지자체의 도로와 인도 등 수천 곳의 공공장소가 태극기로 뒤 덮였다.

행안부는 각 지자체가 지침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감독하기 위해 팀을 만들어 전국을 돌며 태극기 게시상태를 파악하며 지침이행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태극기가 제대로 계양되지 않을 경우 해당 지자체 담당공무원을 문책하겠다는 의도.

하지만 태극기 계양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해당 지자체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행안부의 지침이라 어쩔 수 없이 따르지만 한 달 이상 국기를 걸어 놓으라는 지침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비가 내리게 되면 태극기가 젖어 서로 달라붙거나 지저분해지면서 탈색되는 등 태극기 본래의 존엄성이 상실 돼 관리상 한계가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의정부시 관계자는 "태극기를 한 달 이상 계양할 경우 관리 소홀에 대한 시민 민원이 늘어가고 있다"며 "그렇다고 태극기를 내릴 수 도 없고 파손되는 태극기에 대해 교체를 하고 있지만 수천개를 전담하기에는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행안부에 이런 사정을 건의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덧붙였다.

의정부 가능동에 거주하는 이모(41)씨는 "정부가 임시정부수립을 기념하기 위해 태극기 계양을 권장하는 취지는 좋다"며 "그렇다고 한 달 이상 계양을 강재 한다는 것 자체가 탁상행정이고 현실을 무시한 전시행정"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의정부시에는 3160개의 시 소유 태극기가 있으며 매년 신품으로 교체하고 있다. 올해는 ‘임시정부수립90주년’ 태극기 계양으로 파손이나 훼손된 태극기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상·하반기 중 태극기를 세탁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