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경찰청제2청 경무과 경장 장학수)

지난 크리스마스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평소 찾아뵙지 못했던 은사님과의 자리를 마련했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식사시간이 다 되어 근처 식당으로 향하던 중, 은사님께서는 잠깐 볼일이 있다며 마트에 들려 귤 한 상자를 구입하시곤 이내 어디론가 향했다.

영문도 모른 채 따라가 도착한 곳은 소방파출소였다.

식사를 하면서 은사님은 파출소에 작은 선물을 전달한 사연에 대해 말씀했다.

15년 전 크리스마스 날,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진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집안에는 7살짜리 막내아들 뿐이였다.

어린 아들은 유치원에서 배운대로 침착하게 119에 신고했는데 오히려 신고를 접수한 소방서 직원이 흔한 어린아이의 장난전화라 생각하고“장난전화 하지말라”며 조용히 아이를 타이르고 그냥 끊었다는 것이다.

다시 전화했지만, 같은 반응이였고 다급해진 아이가 "우리 아빠가 쓰러졌어요"라고 울부짖자 그제서야 구급차가 출동해 병원까지 후송되었다는 것이다.

은사님은 그 때 119가 끝까지 장난전화로 무시했다면 당신은 이 자리에 없을 것이라며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자신이 다시 태어난 날이라 생각해 휴일에도 근무하는 지역 소방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신다고 한다.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불이 나거나 응급환자를 후송할 때는 119, 긴급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는 112로 신고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기승을 부리는 장난 전화와 그 외 단순 생활 민원으로 정작 긴급한 곳에 출동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앞의 경우, 많은 장난 전화에 묻혀 아들의 전화가 끝까지 오인신고로 접수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 3년간 소방서에 접수된 119신고 중 허위․장난․잘못 걸린 전화가 77.4% 를 차지했다.

사정은 경찰도 마찬가지다. 2008년도 한해 경찰서에 접수된 112신고 전화의 69.7%가 긴급하지 않은 비범죄성 민원 전화였다.

이에 경찰은 올해부터 112전화 대응신고 시스템을 대폭 개선해 긴급범죄 출동 시간을 단축할 예정이다.

신고유형을 긴급 출동, 긴급하지 않은 출동, 출동이 불필요한 사항 등으로 구분해 접수한 뒤 긴급하지 않거나 비범죄성 생활민원은 출동치 않고 관련기관으로 안내해 마무리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신고내용이‘생명 보존․심각한 공공의 위험 발생’등 긴급한 내용일 경우에는 다른 신고에 우선해 최우선적으로 처리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112신고 시스템 개선은 그간 긴급한 범죄에 이용돼야 할 112신고 전화가 단순 민원이나 주취자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해 심각한 경찰력 낭비를 초래함에 따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올해부터 범죄관련 긴급전화만 112, 범죄 신고외 경찰민원상담은 1566-0112, 주차차량 이동 조치, 아파트 층간소음 등 타기관 민원사항은 110번이나 120번을 이용하면 된다.

처음에는 다소 혼란이 있겠지만, 변경된 번호를 휴대폰 단축번호로 지정해 놓는다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변경된 시스템이 효율적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변경된 시스템이 정착하기까지 도민 여러분의 많은 협조와 이해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