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늘 그랬듯 저마다 겨울 내내 잔뜩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새로운 다짐과 희망의 양기를 가득 품은 채 3월의 봄기운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우려되는 면도 있다.
 
연일 우리 사회를 시끌벅적하게 하는 온갖 사건 사고 소식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봄날에 불쑥 찾아온 매서운 꽃샘추위만큼이나 어딘지 모르게 살벌하고 혼곤한 삶으로 여기저기선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과거 90년대 말 IMF 금융위기 이후로 최악의 장기불황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네 사정이 그만큼 퍽퍽해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부모의 경제력이 곧 자녀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미명 아래 이른바 ‘금수저 對 흙수저 갈등’을 위시한 ‘수저계급론’이 요즘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흔히 부유층의 자제를 가리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고 일컫는 관용구로부터 파생된 이 말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부의 편중이나 소득 양극화로 말미암아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우리네 삶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에 단지 도금이 되어 있는가, 안 되어 있는가를 공공연히 따지고 있는 와중에 특히나 병역 문제는 우리 국민들에게 있어서 매우 민감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이를테면 ‘대한민국의 국민인 남성은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는 법 조항이 무색해질 만큼 일부 사람들은 병역문제를 소리 소문 없이 비껴갔다는 의혹이 여전히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병무청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의혹을 불식시키고 병역회피 소지가 있는 분야에 대해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방편을 마련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대대적으로 안내문을 발송한 바가 있는 재징병검사 또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병역이행의 첫 걸음으로서 대한민국 남성은 19세가 되는 해에 처음으로 징병검사를 받게 되는데, 재징병검사라는 개념은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생소하리라 생각된다.

재징병검사는 최초 징병검사 때 현역입영대상 혹은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으로 병역처분을 받은 사람이 4년이 경과한 후에도 입영하지 않았을 경우 5년이 되는 해 다시 징병검사를 받게 하는 제도다. 의료기술의 발달 등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시점의 건강 상태를 반영하여 병역처분을 다시 내림으로써 병역의 정확성과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12년도부터 시행하고 있다.

재징병검사 제도에 따라 연간 12,000여 명이 다시 징병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 중 일부는 당초의 병역처분이 변경되는 번거로운 과정도 있을 수 있지만, 병역은 개인의 신체적 부담을 요구하는 일신전속(一身專屬)적 의무로써 처분의 공정성·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이는 곧 병무행정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라 할 수 있다.

고위 공직자, 연예인, 체육인의 병역이행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는 최근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금수저·흙수저론’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병역법 등에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성실히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국민적·시대적 요구이다.

현재까지도 한반도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휴전선을 기점으로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의 특성 상 대한민국 존립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써 국방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특히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병역 의무는 공평하게 부과되어야 함이 자명하다. 병무청은 앞으로도 원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병역의무를 성실히 마친 모든 병역의무자들이 존중받는 ‘병역이 자랑스러운 사회’ 분위기 확산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