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년 정도 되었을까?

경기북부병무지청과 인연의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경기북부청 정책자문위원과 생계곤란심의위원 활동은 공직에 대한 나의 편견과 몰이해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 가졌던 나의 편견과 몰이해는 실제 경기북부청 공무원이 과중한 업무에도 묵묵히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있는 병무행정이라는 프로세스를 이해하게 되면서 병무청이라는 막연한 관습적이고 부정적인 나의 고정관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과거 병무청을 생각하면 언론에 오르내리는 연예인 병무비리와 특권층 군면제, 그리고 각종 청탁과 비리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수많은 기억들.. 사실 나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일반적인 사람들이 으레 가졌던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나의 엄청난 오해와 편견에 부끄러움이 느껴진 건 다름 아닌 공정과 청렴, 그리고 열정 가득한 공무원들의 모습에서 였다.

공정, 청렴이라 하면 상당히 추상적이고 정성적이어서 수치로 나타내어 평가하기가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정하고 청렴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부정이 용납되지 않는 청렴시스템으로 더욱이 업무의 효율화와 대국민 서비스로 무장한 병무청은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4년(‘12년~’15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책자문위원 활동을 하면서 공무원들이 정책을 마련하는 마인드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으레 형식으로 치우치기 쉬운 회의지만 돋보이는 기획력을 바탕으로 철저한 자기반성과 외부위원의 쓴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세심하게 피드백을 챙기는 모습이 돋보였다.

쏟아지는 각종 정책에 대한 제안을 하나하나 꼼꼼히 받아적는 지청장의 모습을 보며 작은 목소리마저 소중히 여기는 공직의 자세에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쌍방향 소통을 위해 빠른 속도로 피드백과 불만제로에 힘쓰는 직원들의 마인드는 과중한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목소리에 귀 귀울이며 국민과의 유대감과 친밀감 형성을 위한 튼튼한 소통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생계곤란심의위원 활동은 주위에 어렵고 불우한 가정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병무청에서는 군 복무로 인하여 가족의 생계유지가 곤란한 병역의무자에 한하여 조기 사회진출의 기회를 부여하고 그 가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자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생계곤란심위원회는 사실상 생계유지곤란 여부의 판단이 곤란한 사항에 대하여 심의 후 감면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생계곤란자인지 판단 시 중요한 것은 심의위원에게 제공해 주는 자료 수집에 있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전화번호부만한 두께의 자료를 수집, 조사한 내용을 보고 있으면, 정확하고 공정한 판단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한사람이라도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불공정한 처분을 막고자하는 열정과 책임감의 발로라 애기하고 싶다. 치열한 토론과 규정의 해석과 적용, 사회통념상의 문제 등 다각도로 검토하여 내려지는 결론은 합리적이고 또 합리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경험하지 않은 선입관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것인지를 느끼면서, 5년 전 병무청에 가졌던 막연한 나의 고정관념이 창피해진다.

피곤에 쩔어 입술이 터진 직원의 얼굴에서 작은 목소리 하나 하나를 깨알 같은 글씨로 수첩에 적는 지청장의 모습에서, 하찮은 의견일지라도 반드시 피드백을 해주는 모습에서 대한민국 공무원의 희망을 봤다면 무리일까?

이제 5년 전 나처럼 막연하게 생각한 병무청의 편견을 세탁할 때가 되었다. 그들은 참 공직인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