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아이들이 있어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통일이 되는 날 만나고 싶어요"

 

북한이탈주민 박미화씨가 인터뷰 말미에 북에 남겨진 두 아들을 그리워하면서 한 말이다.

 

울먹이면서 한 이 간절함이 담긴 말 한마디.

 

어떻게 보면 우리 국민 모두가 가지고 있을 일반 희망처럼 들릴지 모를 말이지만 음성을 통해 전해지는 그녀의 간절함에는 혈육과 헤어진 부모의 가슴 시린 아픔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국내 정착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지난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통일맘 정착 수기 공모전'을 개최해 2개월간의 심사과정을 거쳐 수상자를 지난 9월 선정했다.

 

경기도에서는 의정부에 거주하다 최근 구리시로 이사한 박미화씨가 대상을 수상했다.

 

박씨는 '통일 이유'라는 제목의 수기에서 탈북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아픔, 어려웠던 한국에서의 적응과정과 정착하기까지의 힘들었던 과정을 가감 없이 담담하고 솔직하게 썼다.

 

그는 지난 2004년 함경북도에서 국경을 넘어 중국을 경유해 한국에 이주했다.

 

13년의 한국 생활이 쉽지만 않았던 그는 현재 초등학생 딸과 아들을 둔 두 아이의 엄마이자 경기북부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슈퍼맘이다.

 

그녀가 탈북한 이유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박씨는 농사일을 하는 집으로 일찍 시집을 갔다.

 

그러나 열심히 살아도 먹고 사는 것이 해결 되지 않는 힘든 가난을 견딜 수 없었다.

 

친척이 살고 있는 중국을 경유해 한국으로 정착한 그녀의 한국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두려움과 기대가 있었지만 외국에 온 것처럼 사람, 길 그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매일이 도전의 연속이자 시련이었다.

 

한국에선 누구나 갖고 있는 직장, 통장, 운전면허, 신용카드 같은 평범함도 그녀에게는 참 많은 눈물과 노력의 결실이었다.

 

박미화씨는 한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북한사람이라는 이곳의 차가운 시선과 냉소를 이겨내야 했다.

 

한국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북한사람들이 더 멋쟁이야, 탈북민은 아무리 꾸며도 티가 나"라는 말에 상처받고 힘들었고, 그 시선이 너무 싫었지만 이제는 모두 극복했다.

 

이런 말을 듣는 다는 것 자체가 바로 내가 잘살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간절히 소망했던 평범한 일상도 어떤 곳에서는 큰 소망일 수 있다는 것을 남한 사람들은 모르니까 말이다.

 

그는 편견과 불편한 시선이 싫어 이탈주민 끼리 숨어 서로 어설픈 정보를 주고받았던 기간을 후회했다.

 

조금 더 빨리 편견을 무시하고 극복해 한국에 적응했더라면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전했다.

 

또 공부를 조금 더 일찍 시작했다면 훨씬 더 좋은 일자리와 기회가 주어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까지 함께 전했다.

 

북과 남이라는 서로 너무 다른 체제와 사회를 겪어본 박미화씨는 두 세상의 큰 차이점을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남한에선 내 의지가 있다면 기회가 많아 노력하면 내 삶을 바꿀 수 있지만 북에서는 평생을 태어난 환경에 따라 주어진 삶만 살수 밖에 없다는 것.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것은 상상조차 못한다.

 

물론 한국사회라고 공정한 대가와 무한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

 

어렵게 사는 사람이 있고, 성공한 사람도 있다.

 

질서를 넘는 자유를 행사할 경우 엄한 벌을 받는다.

 

그렇지만 '노력의 결과'는 북한의 삶보다 훨씬 크고 성취감은 너무나 달콤하다.    

 

그녀는 남한에서 10년 가까이 하는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한 때 이탈주민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사람과 환자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사람들은 내 도움이 필요한 환자"라는 생각을 가졌고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탈북민이라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할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이런 여유는 내 자존감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일한 노력의 결과다.

 

그녀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감사해 하고 있다.

 

지금은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도 꾸몄고, 예쁜 아이도 둘을 낳고 가장 쉬울 것 같지만 가장 어려웠던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박씨는 최근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이탈주민을 위한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의정부 민주평통과 함께 이탈주민 가정에 주방세제를 전달하고 그들의 한국 생활 정착을 돕고 있다.

 

그녀는 "나는 지금 이 평범한 일상을 위해 참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고 부모님과 그리고 두 아들과 이별을 해야 했으며 많은 것들을 잃었고, 참고 또 견뎠다"고 회상했다.

 

이어 "2003년12월 두만강을 넘고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오기까지 정말 한편의 드라마 같은 내 인생, 나는 그때 내가 사람이 아닌 물건처럼 느껴졌고, 몸과 마음은 온통 상처투성이가 된 채 돌고 돌아 남한에 왔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한국 사람들이 이탈주민을 무시와 편견이 아닌 시골에서 올라 온 지방 사람처럼 이해해주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 주길 부탁했다.

 

이탈주민들도 많은 기회를 주는 남한의 자본주의사회에서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사회는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주기를 당부했다.

 

"부딪히고 공부하고 스스로 찾아야 한다"

 

"무엇이 두려운가? 우린 죽음을 각오하고 온 사람들인데 그깟 시선 때문에 움츠리고 기죽지 말고 열심히 살길 바란다"

 

“여긴 내 꿈을 가질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대한민국이니까”

 

"나는 대한민국 통일 맘이다"

 

 

▲ 박미화씨의 생생한 음성 인터뷰는 경원일보 팟케스트 '황민호의 진짜뉴스' 16회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황민호의 진짜뉴스'는 유튜브 검색창에서 '경원일보'를 치거나 경원일보 홈페이지 기사 본문 링크에서 검색 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원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