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현장실습생의 안타까운 죽음이 제주에서 발생해 고교 현장실습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가운데, 현장실습 제도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 마련한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이명박 정부에서 즉각 폐기하도록 일선 시도교육청에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등학교 현장실습으로 1994년 처음 시행됐던 ‘공고 2+1 시스템’, 즉 2학년까지는 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받고 3학년 때 현장에 파견돼 교육받는 현장실습을 하는 이 제도는 일단 현장실습을 나가면 그만두고 싶어도 학교가 받아주지 않아서 돌아갈 곳이 없는 학생들의 처지를 기업이 악용하며, 사실상 ‘현대판 노예제도’, ‘노동착취의 현장’이라고까지 불리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참여정부는 ‘2+1’제도를 폐지하였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 제도를 다시 부활시켰다. 우려되는 제도였음에도 제대로 된 안전망 없이 가동된 현장실습 제도에서의 안타까운 죽음들은 결국 취업실적을 높이는 학교 당국과 실습생을 저렴한 인력으로만 바라보고 혹사시키는 기업들, 근로 청소년 보호에 손 놓고 있는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다함께 만들어낸 비극인 것이다.
실제 참여정부가 2006년 5월 4일 발표한 <실업계고교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보면 현장실습으로 야기되고 있는 교육과정 파행적 운영, 현장실습생에 대한 인권문제를 예방·개선하기 위해 실업계 고등학교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시기와 대상이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학년 2학기에 일률적으로 실시하던 현장실습을 전 학년에 걸쳐 필요한 시기에 “교내활동, 체험학습,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토록 했고, 특히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의 경우,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의 3분의 2를 이수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졸업 후 해당 산업체에 취업이 보장된 경우”에 한해 실시하도록 했다. 특히, “간접고용형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절대 금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던 2008년 4월 16일,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자율화 추진계획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시도교육청에 보냈다. 해당 공문은 “이번 계획은 ‘교육관련 규제를 철폐하여 교육의 자율과 자치의 밑바탕을 마련하고 학교교육의 다양화를 유도’하려는 새정부의 국정방향에 따라 수립된 것” 이라며 “법적근거가 불명확하거나 특정 사건을 계기로 시달된 29개 지침은 즉시 폐지”하였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어 붙임자료에는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이라는 제목 아래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규제 즉시 혁파’라는 교육부의 공문 치고는 강한 표현과 함께 ‘즉시폐지 지침’ 29건 중 하나로 참여정부의 <실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포함시켰다. ‘현장실습 참여조건 등 실업고 현장실습 운영 지도에 관한 세부사항 규정’을 ‘규제적 내용’으로 규정하고 즉시 폐기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장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지침, 수시보고, 각종 시책 등 즉시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추진전략의 첫 번째로 명시했다. 정리하면,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가 마련해놓은 안전망을 ‘새정부의 국정방향’에 따라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걷어차버리는 조치를 취하며, 추진실적을 평가에 반영할테니 알아서 해라라는 엄포를 놓은 것이다.
박경미 의원은 “꽃같은 아이들이 스러져가는 사이, 보상이니 산재처리니 정부 대책 발표니 하는 사후약방문식 대책은 매번 발표됐지만, 아이들의 어이없는 죽음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며 정부와 교육청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최소한 참여정부 시절 발표했던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 수준의 대책이라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현장실습과 관련한 불법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사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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