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추진하고 있는 충북 오창민자고속도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사업계획구간에 포함된 일부 토지가 재산권 사용이 막혀 토지소유자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소유자들은 수용결정을 받아들였지만 보상도 지연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7일 국토해양부가 있는 과천종합청사 정문 앞. 올해 63세의 전 모씨(여, 서울 종로구 거주)는 "국토해양부 때문에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죽음을 택하겠다"며 "무책임한 행정을 중단하라"고 쓴 대자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전 모씨는 "국토부가 임의대로 도로계획세우고, 자신의 사업을 중단시키며 보상을 약속 하더니, 무한 수년 대책 없어 이제 은행 빛과 채권자들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 모씨는 수년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이 개발중이던 충북 청원군 오창읍 주택개발사업을 인계받았으며, 얼마 전 애꿎은 농민들의 자살비극을 불렀던 파주 교하단지와 유사한 양상이어서 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전 모씨의 억울한 사연은 국토부가 경부 중부를 잇는 '오창민자고속도' 계획선을 전 모씨 사업지에 임의적으로 그어버린 시점부터 출발한다. 

국토부와 청원군이 주관하고, GS건설 등이 시행하는 이 사업을 뒤늦게 알게된 전 모씨는 '남편의 사업을 완수해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국토부와 청원군에 계획도로 수정요청을 수차례 요구 했지만 국토부 등은 몇 번의 설계변경 시늉 끝에 '불가능' 결정을 내렸다.

관할 관청의 무성의한 대응에 기운이 빠진 전 모씨는 연약한 여자의 힘으로는 건설사업 마무리가 힘들다고 판단, 그간 투입된 수십억원의 손해를 감수한 채 토지수용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바로 보상해줄 것 같던 국토부는 수년간 보상을 지연. 최근에 와서는 '사업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니 기다리지 말라'라는 답변까지 하고 있어 전 모씨를 황당하게 했다.

정부의 공신력을 믿고 모든 것을 포기했던 한 여인에게 돌아온 이 답변은 절망의 메시지였다.

국토부와 GS건설에 따르면 옥산 - 오창 고속도로사업은 중부와 경부를 잇는 4차선 약12.1㎞ 민자사업으로 (주)GS건설이 시행을 맡아 지난 2008년 12월 9일 GS와 국토부는 우선협상 대상자 지정 및 협상을 의뢰, 다음해 2월6일 실무협상이 마무리된 사업으로 본 협상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2년 전 전 모씨의 보상업무를 맡았던 국토부 한 관계자는 "전씨의 사정은 정말 딱하다. 그래서 담당시절 최대한 보상이 빨리 이루어지기만을 바라며 노력했다"며 "하지만 이 문제는 정부와 거대 건설사 등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결부돼 있어 일개 공무원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국토부의 한담당자는 “모든 계획은 세워져 있지만 재경부의 보조금 문제가 도출돼 갑자기 이런 기류현상이 일어나게 됐다”며 “한 개인의 안타까움은 알지만 재경부와 GS건설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이 사업은 세종시 건설사업과 맞물린 민자고속도로건설사업으로서 사실상 지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됐다"며 "정권이 바뀌고 사업이 부진하자, 정부와 업자간 수지타산 놀이에 한 개인의 재산이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