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어보니, 사랑하는 제 아이들이 “엄마처럼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면, 군인으로서 이보다 더 뿌듯한 순간이 있을까 싶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길을 따라 걸었고, 저 역시 아버지의 길을 따라 현재 육군본부 의무실 소속 간호장교로서, 군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로 인한 부상과 중증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장병들을 지원하고, 코로나19 상황 대응 임무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1948년 할아버지께서는 24세의 나이로 군에 입대하여, 6사단 7연대(초산부대)소속 포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하셨습니다.

 

당시 화랑무공훈장까지 받으셨으나, 전쟁 중 당한 부상으로 전상 전역을 하셨습니다. 참전 중 부상으로 난청과 이명, 청력손실 등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하셨지만, 국가와 민족의 수호를 위해 헌신했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지닌 멋진 분이셨습니다.
 
이러한 할아버지의 나라사랑 마음을 본 받아 아버지께서도 공군에 지원하여 항공정비 특기 부사관으로 82개월 군복무를 마치셨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군 경력과 항공정비 일을 자랑스러워하셨고, 전역 후에도 항국조종사교육원에서 항공정비사로 근무하셨습니다.

 

저 역시 아버지처럼 군인의 길을 걷고 싶어 국군간호사관학교에 지원하였습니다. 2008년 소위로 임관 후에는 여러 군 병원의 병동과 수술실, 그리고 감염관리실에서 근무하였고, 아프리카 남수단으로 파병도 다녀오는 등 어느덧 13년 차 간호장교로 군 복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0년 아버지께서 경비행기 이륙 준비 중 불의의 사고로 크게 다치셨고, 지금도 몸이 많이 불편하십니다.

 

평생 휠체어 생활하셔야 하고 인지능력은 6-7살 수준이 되셨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군인인 저를 자랑스러워하시는 아버지의 존재만으로도 저에겐 큰 힘이 됩니다.

 

제가 사관학교 합격하던 날 ‘우리 딸 너무 자랑스럽다’ 며 행복해 하셨던 아버지는 제 군 생활 내내 1등 후원자로 응원해주셨고, 지금도 저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등대입니다.

 

훌륭한 아버지의 뒷모습을 따라 좇아갈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고 부끄럽지 않은 딸, 군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2021년 병역명문가로 선정되었고, 귀감이 되는 최우수 스토리 가문으로 대통령 표창이라는 큰 영예를 안았습니다.

 

3대가 모두 현역병 등 복무를 마친 가문이라는 의미의 ‘병역명문가’로 선정되면서 가족 모두가 병역을 명예롭게 이행한 것에 긍지와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할아버지, 아버지와 같이 대한민국을 지켜주신 많은 분들의 희생과 공훈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임무수행 해야겠다는 사명감과 제 아이들에게 병역이행이 자랑스러운 세상을 물려주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힘든 지금, 육군 간호장교로서, 그리고 병역명문가의 일원으로서,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제 자리에서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걸었던 나라 사랑의 그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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