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부도 난지 18년 만에 60대 노인의 통장과 보험에 압류가 들어오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황당한 사건의 채무자는 양주에서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조모(64)씨.

18년이 지난 채무를 받기위해 압류를 건 채권자는 다름 아닌 담보능력이 미약한 중소기업 자금융통을 위해 만들어진 '신용보증기금'이다.

조씨가 밝히는 사연은 이렇다.

조씨는 지난 1982년부터 1992년까지 10여년간 의정부 호원동에서 사출 전문기업인 '만수프라스틱'을 경영했다.

연매출 15~20억에 18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던 '만수프라스틱'은 1990년 당시 중앙정부가 중소기업 기술증진에 사용하라고 권장하던 중소기업기술신용기금 2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조씨는 기금의 관리를 직원들에게 맡겼고 원금과 이자를 성실히 갚아가던 중 1992년 2월 중동에서 걸프전이 발발하면서 석유원자재 값이 상승해 어음 45억과 당좌 5억8천만원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된다.

이 일로 인해 조씨는 1993년 '부정수표단속법'위반으로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1994년 안양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해 양주 마전동에 귀농, 농장을 운영하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자식들이 보험료를 내주는 삼성생명 건강보험·변액연금 400여만원과 잔고가 10만원인 농협통장이 압류됐다는 연락을 받는다.

'청천벽력'같은 통보에 조씨는 성수동에 위치한 신용보증기금본사를 지난 12일 방문해 갚을 여력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원금 1천2백만원을 갚지 않으면 강제집행 절차를 밟겠다는 냉정한 통보였다.

조씨는 "18년간 아무런 통보나 연락 없이 경제력을 상실한 지금 압류가 들어와 자식들에게 눈치가 보인다.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10년전에 알려줬어도 노동이라도 해서 빚을 갚겠지만 이제 와서 이 돈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씨는 채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18년을 보내는 동안 신용보증기금은 1997년과 2007년 두번의 민사소송을 진행시켜 시효연장 판결을 받아냈다.

신용보증기금은 최근 이 판결문을 근거로 조씨 재산을 압류한 것.

이와 관련,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금이라 회수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며 "18년간 매년 내용증명을 보냈고, 재판을 위해 공시송달도 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업무지침이 내려와 최근에야 압류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