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일보=짜보로브스키 영록(60,여)씨가 자신의 인장이 위조됐다고 주장하는 지난 2006년 11월 남양주시청에 접수된 개발행위허가신청서)

국가의 외화벌이를 위해 고향을 떠났던 파독 간호사가 귀국 후 여생을 살기위해 매입한 토지가 자신도 모르는 개발행위허가 후 가압류까지 걸리는 등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970년대 정부가 외화벌이를 위해 추진했던 파독 간호사 중 한명이었던 짜보로브스키 영록(여, 60)씨는 최근 경기 남양주(시장 이석우) 수동면 외방리에 지난 2004년 공동명의로 구입한 대지가 자신 동의도 없이 남양주시로 부터 개발행위허가를 받아 건물이 지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허술한 시 행정에 혀를 찼다.

개발행위허가신청서엔 수동면 외방리 221-1번지(현재 221-7)2,281㎡가 공동명의인 양(여, 62)모씨 이름으로 공유자였던 자신의 동의나 확인절차 없이 자신도 모르는 인영이 날인되어 서류가 접수, 개발행위허가 났기 때문이다.

2006년 11월 제출된 이 개발행위허가신청서는 신청인 양모씨의 인장이 찍혀 있고 첨부서류에 양모씨와 영록씨의 인장이 각각 날인되어 있다.

영록씨에 따르면 "'영록'이라고 성씨도 없는 막도장이 찍혀 있는 이 서류는 최근 알게 됐고 내 인장도 아니고 인감도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개발행위에 동의도 하지 않았다"며 "내 성을 모르는 신청인이 김씨 성이 없는 막도장을 파서 신청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남양주시 담당공무원은 확인도 하지 않고 허가를 내줬다. 독일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남양주의 부실 행정을 지적했다.

양모씨가 제출한 개발행위허가신청서는 남양주시에 소재한 'ㅅ'측량개발사무소를 경유해 대리 접수됐다.

(ⓚ경원일보=마을의 한 건축업자가 무단으로 투기한 폐석재와 시멘트 등 건축폐기물, 이 업자는 영록씨의 동의도 없이 공사를 벌이고 공사비를 청구하는 가압류까지 걸어놨다)

서류작성과 제출을 대행했던 'ㅅ'설계사무소의 강모 대표는 "양모씨 연락처는 모르겠다. 서류는 남양주시청에 모두 있다"며 "인감은 첨부됐는지 확인해봐야 하지만 서류를 보관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라고 답변해 영록씨를 더 분통터지게 했다.

현재 양모씨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후 토지를 구분 등기해 두채의 집을 지어 제3자에게 매매하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양모씨의 의뢰를 받아 건축과 토목공사를 대행했던 이 마을 건축업자 문모씨는 토지 소유자인 영록씨에게 동의나 계약도 없이 공사를 진행한 후 원가를 알 수 없는 부실 시공견적서를 근거로 공사비 수천만원을 가압류 설정했다.

문씨는 또 인근 토지의 개발행위허가를 위해 토목공사를 한 뒤 축대를 쌓기 위해 공급한 대형 석재와 시멘트 등 건설폐기물과 생활쓰레기를 짜보로브스키 영록씨 부지에 무단 투기해 미관을 해치고 생활환경을 오염시키는 등 마을 주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영록씨의 인장이 수년전부터 무단 도용되고 행사됐음에도 아무런 행정조치가 없었던 것은 남양주시의 허술한 외국인 토지관련 규정이 한몫했다.

외국인이 한국에 없거나 한국 부동산법규를 잘 모를 경우 공동소유자나 개발행위를 노린 제3자가 인감이나 도장을 위조해 시청이나 군청 등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일선 자치단체에 허위서류를 제출해도 시가 사실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아 아무런 제재 없이 허가를 받아 낼 수 있다.

또 담당공무원은 법적으로 실질적인 검토권한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설계사무소와 공모한 사실이 발각 되도 허가 후 2년만 지나면 징계시효가 지나 감사 대상도 되지 않는다.

더구나 외국국적자인의 경우 한국에 쉽게 입국할 수 없고 보통 토지관리인을 선임하지 않아 대부분 관리가 소홀한 경우가 많아 이를 악용한 설계사무소나 건축업자 등이 허위문서를 조작, 개발행위허가를 받아 건축물 세우고 팔아넘겨도 마땅히 처벌하거나 피해를 보상해 줄 행정법상 규정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피해만 입고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검찰이나 경찰 등 사정기관에 고소해 지루한 법적 공방을 이어갈 수밖에 없어 알면서도 당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관계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경원일보=가압류 근거가 되고 있는 당시 공사견적서(우) 이 서류에는 건축업자 문모씨의 인장만 찍혀 있을 뿐 영록씨의 사인이나 인장은 없다. 좌-업자가 법무사에게 맡긴 위임장, 우-가압류의 근거가되고 문모씨가 자필로 쓴 엉성한 견적서)

이와 관련, 짜보로브스키 영록씨의 동생인 김영만(52)씨는 "자본주의사회에서 타인의 재산권을 마음대로 사용하기 위해 허가를 신청해도 허가권을 쥐고 있는 일선 자치단체에선 모르니 당사자끼리 해결하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전국에 누나처럼 억울한 외국국적취득자가 한두명이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검찰이든 경찰이든 인장위조와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공문서 위조 및 동행사 같은 치졸하고 비겁한 범죄는 공소시효에 상관없이 철퇴를 가해야 한다"며 "당시 서류를 접수하고 심사했던 담당공무원이 접수된 서류를 주의 깊게 확인하거나 인감을 요구했다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남양주시의 엉성한 행정을 질책했다.

이어 "당시 업무 담당자들은 시효가 지났다고 무책임하게 있다. 책임을 물어 파면 등 피해자가 납득할 만한 중징계와 해결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짜보로브스키 영록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지난 8월 초 독일에서 다니던 직장을 은퇴한 후 남편과 일시 귀국해 의정부에 살고 있는 동생 김영만씨 집에 머물며 한국정부와 남양주시청에 문제 해결을 호소하고 있다.

남양주 전반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석우 시장이 원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청와대와 정치권, 언론, 검찰과 경찰 등에 부당함을 계속 호소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공무원이 도장이 찍혀 있으니 허가를 내준것 뿐, 실질적인 심사는 안한다. 개발행위가 잘못된 부분은 변호사와 상담해 알려주겠다. 인장이 위조됐다는 확인서를 가져와라"며 "서류심사는 민원부서에서 검토해서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