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대학으로 막대한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서울대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들을 뽑아 정식 학위수여 과정도 아닌 최고위과정에 연간 수 백명의 교수들을 투입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주광덕 의원(한나라당, 경기 구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최고위 과정은 2009년 18개 최고위 과정이 개설되어 30억원, 2010년에는 한 해 동안 19개의 최고위 과정이 개설돼 연간 34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여기에 동원된 서울대 교수만 연인원 600명이라고 밝혔다.

서울대가 개설한 2011년 최고위 과정 현황을 보면 '나노융합IP 최고전략과정', '패션 산업 최고경영자 과정', '장수과학최고지도자 과정', '해양 정책 최고 과정', '문헌지식 정보 최고위 과정' 등이다. 특히 이공계 관련 최고위 과정이 13개다.

최고위 과정의 등록금은 한 학기에 500만원을 넘기도 하며, 서울대가 개설한 일부 최고위 과정은 한 학기 등록금과 기부금 등을 포함해 1000만원이 훌쩍 넘기도 했다.

정식 학위 과정도 아닌 최고위 과정에 1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지불하며 다니는 학생은 대부분 기업 임원, 정치인, 정치 지망생 등이다.

미국, 유럽의 명문 대학에선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대학들의 최고위 과정처럼 정식 학위 과정도 아니면서 고가의 등록금을 받고 교수들을 대거 투입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최고위 과정은 교수에게서 생생한 학문을 섭취하는 자양분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학벌, 인맥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의 그늘을 반영한다.

명문대를 졸업하지 못한 사회 유력 인사들이 최고위 과정으로 명문대와 끈을 맺으려 고액의 학비를 기꺼이 지불하는 것.

서울대 최고위 과정에는 학교의 스타 교수들이 총망라됨. 일종의 고객 유치 수단으로 스타 교수를 활용하는 것으로 서울대가 제출한 최고위 과정에서 강의한 교수 명단을 보면, 정운찬(세계경제최고전략과정 2009, 최고지도자인문학과정 2009), 김빛내리(국가과학자, 과학기술혁신 최고전략과정 , 2009, 2010, 2011), 조국(건설산업최고전략과정, 2009,2010,2011)현택환(전 세계 최고화학자 100인에 선정, 나노IP최고전략과정, 2010, 최고산업전략과정, 2010) 교수 등이다.

최고위 과정이 많아지면서 서울대 교수 전체가 강의, 연구, 학생 지도 같은 본질이 아닌 최고위 과정에 지불하는 시간은 연간 700시간이 넘는 상황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학교 차원에서 하는 최고위 과정에 '노(No)'라고 말할 교수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최고위 과정이 19개나 된다면 일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이에 대해 주광덕 의원은“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최고위 과정에 대해 정책적인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이런 부작용을 잘 아는 서울대가 최고위 과정을 확대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최고위 과정을 모두 평생 교육원에서 흡수해 최고위 과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