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9시간, 한 달 약 200시간 정도 아스팔트 위를 운전하는 퀵서비스 노동자의 월 순수입이 법정최저임금(2011년, 월급으로 902,880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9월 20일, 고용노동부 첫 종합감사에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퀵서비스 노동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이들의 근로조건에 대해서 질의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이형기씨는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들고 다니는 PDA의 프로그램을 개발․배포하는 프로그램사들의 각종 수수료가 전체 수입의 1/3 정도나 되기 때문에 아무리 퀵 배달을 해도 최저임금도 벌 수 없는 처지라고 이야기했다. 오히려 위험을 감수하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면 할수록 프로그램사들만 배불리는 구조라며 울분을 토했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이형기씨가 증언한 바에 따르면 퀵서비스 노동자는 한 달 수입의 23%를 고정적으로 프로그램사에 수수료로 떼이고, 프로그램사의 프로그램 사용료, 강제적인 적재물보험료, 자손, 자차가 되지 않는 종합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한 PDA 및 통신료 등이 프로그램사에 의해서 지출된다고 증언했다. 이 금액은 전체 수입의 1/3에 육박하는 액수다.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한 개의 프로그램으로는 도저히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기 때문에 PDA를 2-3개, 심지어는 무전기와 PDA를 주렁주렁 매달고 일을 하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또한 산재에도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 생계가 더욱 막막하다고 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8일, 퀵서비스,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방안을 발표했지만, 퀵서비스의 경우 사업주와의 전속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특수형태 근로자 종사자 특례방식(사업주, 종사자 각 절반 부담, 당연 가입)이 아닌 중소기업 사업주 특례방식(근로자 전액 부담, 임의 가입)으로 적용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이형기씨는 “기본생계도 이어 나가지 못하는 퀵서비스 노동자들에게는 실질적 혜택이 없다며 오히려 고용노동부의 실속 없는 생색내기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희덕 의원은 “불평등한 갑을 관계인 프로그램사와 퀵서비스 노동자들의 관계을 일차적으로 해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프로그램사들의 높은 수수료 착취에 대한 제도적 개선 방안과, 퀵서비스 노동자들의 안정적 노동을 위해 표준요금제 정착, 유류세 할인지원을 통한 산재보험 가입 유도 등 다양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홍희덕 의원은 “퀵서비스 노동자들에 대한 전반적 근로조건 개선 대책을 10월 7일에 있을 마지막 종합감사 때까지 제출해 달라”고 주문했다.